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스리랑카 가정집 및 정원 ⓒ 대니스터 페레라

네팔의 공정무역과 창조산업

대부분의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네팔 역시 네팔 고유의 문화적∙민족적 구성과 생물다양성을 보장하고 있다. 수세기의 역사를 가진 네팔의 미술과 공예 그리고 문화는 카트만두의 골목골목마다 풍부하게 남아 있다. 미술공예는 오랫동안 네팔인들의 생계수단이자 생활양식의 일부분이었다. 오늘날 이러한 미술공예는 기념품과 수집가들이 좋아하는 골동품으로서 아주 귀중한 상품이 되었다. 여전히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이러한 예술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네팔에서 미술 공예의 중요성을 인식한 수많은 공정무역기구(Fair Trade Organizations, 이하 FTO)는 공정무역(fair trade)을 시행하는 사람들의 지속가능한 생계수단으로서 미술, 공예 및 문화를 보존, 진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공정무역은 소통, 투명성 그리고 존중을 바탕으로 한 무역 협력관계이며 국제무역에서 더 큰 공정성을 추구한다. 이는 더 나은 무역 환경을 제공하고, 특히 남부지역의 소외된 생산자와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 이는 세계무역에서 공정성을 지향하며 빈곤, 기후변화 그리고 경제위기를 대처하기 위한 방안이 포함되도록 무역규정의 개정을 도모한다.

또한 공정무역은 저개발국가의 수백만 농민과 수공업자들의 빈곤을 경감시키는 데 기여하는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이다. 또한 공정하게 임금을 지급하고, 좋은 노동환경을 제공하며 포괄적 사업접근법을 제시하여 소외된 생산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지속가능한 생산과 소비 관행을 통해 환경파괴를 감소시킴으로써 사람들에게 경제적 자율권을 부여한다. 공정무역의 목적은 소외된 생산자들이 세계시장에 접근하여 세계무역 체계의 일부가 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세계무역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네팔의 공정무역은 1980년대에 여성들의 수입창출 계획의 하나로 시작되었다. 여성들은 여성기능개발프로젝트(Women Skill Development Project)를 통해 다양한 기술을 훈련 받았다. 후에 마하구티공예(Mahaguthi Craft with Conscience), 바크타푸르공예인쇄(Bhaktapur Craft Printer) 그리고 공예생산자협회(Association for Crafts Producers)와 같은 기구들이 여성 자율권 보장을 목표로 설립되었다. 이들 FTO들은 지역 고유의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수공업자들에게 생계수단의 선택권을 제공하고, 시장 접근성을 강화하며 공정한 임금을 지불함으로써 문화, 예술 그리고 공예 부흥의 선구자들이 되었다. 대부분의 다른 기관들 또한 전통직조, 염색, 조각, 동판화 등 다양한 미술공예 분야에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2030 SDG에 기여하는 공정무역

공정무역은 그것의 10대 원칙이 유엔의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2030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는 까닭에 지속가능한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해오고 있다. 그 방향성은 사람 중심의 사업 원칙을 수용하고 문화적 가치의 존중과 함께 토착 장인들을 존중하며 이들을 위한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또한 혜택 받지 못하는 토착 장인과 생산자들에게 우선권을 제공하고 사업조건을 명시하여 시행한다. 공정무역 원칙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와닿는 SDGs 1항(빈곤퇴치)과 2항(기아퇴치)의 목적달성에 기여한다. SDG는 하루 1.25달러 이하의 임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수입을 증가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이는 공정한 임금 지불이라는 공정무역 원칙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으로 달성될 수 있다.

공정한 임금 지불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니다. 과거에 수많은 장인들이 사회적 차별, 착취 또는 종교와 같은 요소들로 인해 생계비를 지급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직업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공정한 임금 지불은 경제적 이유에서뿐만 아니라 문화적 의미에서도 중요하다. 공정한 임금은 장인들이 오랜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 되며 오늘날 경쟁적인 시장경제체제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네팔의 FTO는 여러 소수민족 공동체의 공예품을 해외에 판매함으로써 다양한 소수민족의 토착 기술과 지식을 보존 및 진흥시키는 데 기여했다. 각 단체들은 자신들만의 독특한 미술공예를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네팔 동부의 라이(Rai)는 대나무짜기 종목 장인들인데 그들은 어린 시절부터 가내에서 기술을 습득한다. 자나크푸르(Janakpur)의 미틸라(Mithila)는 형형색색의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티미(Thimi), 바크타푸르의 프라자파티(Prajapati)는 옹기와 진흙공예 장인이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복잡한 세계시장과 수공업자들을 연결하는 지속가능한 가치사슬을 제공한다. 이는 SDG 8항(좋은 일자리와 경제성장)의 실현과 맞닿아 있다. 35,000 가구 이상이 FTO의 이러한 활동을 통해 혜택을 받고 있다.

시장 접근성은 공정무역의 중요한 실행 원칙 중 하나이다. 왜냐하면 사업의 지속가능성은 미술 및 공예 상품의 시장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시장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창조산업은 지속될 수 없다. FTO가 채택한 통합적, 내재적 가치사슬을 바탕으로 한 접근은 토착 장인들이 생산한 상품을 세계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해준다. 북부지역의 무역 동반자들과의 지속적인 시장조사와 지식의 공유는 소비자들의 취향과 선호도 변화에 대한 남부지역 FTO들의 이해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또한 상품은 시장의 수요에 맞추어 기획 및 개발된다. 엄격한 판매 전략과 판매 활동은 네팔 오지에서 생산된 상품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러한 노력은 생산자의 정체성과 상품의 원산지를 분명하게 해 줄뿐만 아니라 전체 가치사슬 속에서 상품의 질과 독창성을 보장한다.

판매 가능한 상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생산을 목표로 한 방식들이 적용되었는데 이는 상품의 질, 생산자와 장인의 삶의 질을 동시에 개선시키는 데 일조하였다. 많은 FTO는 환경친화적인 폐기물 처리를 실천함과 동시에 환경 친화적인 염료와 화학성분을 사용해 왔다. 마찬가지로 천연재료 또한 토착 기술을 보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이러한 실천은 FTO의 원칙, 즉 FTO는 소외된 소규모 생산자들의 사회적, 경제적, 환경적 복지를 염두에 두고 생산자를 희생시킴으로써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근거하고 있다. 이 원칙은 취업, 지속가능한 생산, 사회보장에 대한 접근 그리고 장인과 생산자의 조직을 유지하는 것으로, SDG 8항(일자리와 경제성장)에 기여한다.

더욱이 SDG 5항(성평등)은 FTO가 반드시 정책에 있어 반(反)차별을 보장하고 성평등, 여성의 경제권 그리고 조합결성의 자유를 촉진해야 한다는 공정무역의 원칙과 관련이 있다. 실제로 네팔의 FTO들 가운데 장인과 생산자의 85%가 여성들이다. 여성 경제권과 관련한 한 가지 모범 사례로 자나크푸르를 들 수 있다. 이곳 여성들은 미틸라 그림을 그리는 일에 종사한다. 네팔 남부 테라이(Terai) 미틸라 지역의 많은 집에 이 예술품이 걸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재 이들 상품을 전 세계 시장에서 볼 수 있는데, 이로 인해 수백 명의 여성 장인들이 취업의 기회를 얻게 되었다. 과거 여성들은 집 밖으로도 나갈 수 없었지만 현재는 전 세계 미술관을 순회하고 자신들의 공예품을 직접 판매하고 있다. 처음부터 FTO는 이들 상품을 홍보하는 일과 공정한 가격 책정, 디자인 지원 및 자나크푸르의 여성들에게 다른 직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해왔다.

이러한 과정에 있어 스토리텔링은 매우 효과적인 판매수단이다. 장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들의 삶과 기예를 소비자들과 함께 나눔으로써 상품의 판매뿐만 아니라 문화와 공동체, 또한 그 공예품을 만든 사람들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공정무역과 무형문화유산 진흥

네팔의 대부분의 FTO는 전통기예와 노하우에 기초한 수공예에 기반을 두고 있다. 네팔수공예협회연합(Federation of Handicraft Association of Nepal, FHAN)에 따르면 백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 분야의 창조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네팔의 경제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공정무역 사업모델은 장인들의 복지를 보장하고, 공정하고 정당한 방식으로 장인들을 홍보함으로써 창조산업의 가치를 높여준다. 전통기예와 무형문화유산을 보존, 진흥하기 위해서는 장인들이 존엄한 삶을 영위하고 새로운 세대가 직업을 통해 자신들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장소에 지속가능한 기업을 세워야 한다. 또한 공정무역은 창조 산업을 유지,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필요한 역량 구축, 판매와 홍보 그리고 사업개발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FTO는 연구 개발, 기술 전승, 역량 개발 그리고 기업가 정신 개발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이 분야의 진흥과 활성화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FHAN의 최근 무역자료를 보면 FTO가 네팔 수출의 약 18.77%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공정무역의 이름을 붙이고, 또 이를 향한 계획은 세계시장에서 상품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생산자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전체 가치사슬에서 공정성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경제 복지, 역할과 지위의 개선 그리고 더 나은 삶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공정무역은 수많은 장인과 생산자들의 삶의 변화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