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김치 담그기 풍습 김장에 내포된 전통 지식

가을에 수확한 채소를 겨우내 먹기 위한 저장 전통은 한반도에서 농경이 처음 시작되었던 신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풍습이다. 땅 속에 채소를 묻으면, 바깥 부분은 말라도 수분을 머금은 채소의 안쪽 부분은 내내 신선함을 유지한다. 그러나 이 방법은 많은 양의 채소를 오래 두고 먹을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더 오래 저장하기 위해 고안해 낸 방법이 채소를 그늘에 말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 역시 채소 본연의 맛을 유지할 수 없었다. 여러 세대를 내려오면서 더 나은 저장법을 찾기 위한 시행착오를 거쳐 소금물에 절이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는 오늘날 식품과학에서 말하는 삼투압을 이용하는 것이다. 삼투압은 채소와 소금물의 유기물질 간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 간장과 된장을 만들어 먹게 되면서 간장과 된장도 소금물과 함께 삼투압을 활용한 채소 절임에 사용되었다. 기록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13세기 초부터 김치 만들기, 즉 김장을 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려시대 시인이자 정치가인 이규보(1168-1241)는 무는 여름에는 간장에 절여 보관하고 겨울에는 소금을 쓴다고 기록하였다.

전통적으로 배추와 파도 김장을 담그는 채소였다. 조선시대 세조(1417-1468) 때 전의감 의관을 지냈던 전순의가 쓴 산가요록(山家要錄)에는 소금물에 절인 무 청침채와 배추를 절인 침백채, 그리고 파를 절인 생청침채의 조리법이 실려 있다. 침채란 소금물에 채소를 절여 보관하는 것을 일컫는 말로 언어학자들은 오늘날 김치라는 말이 이 말에서 기원하여 변형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장은 침장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김장은 글자 그대로 ‘김치를 저장한다’는 뜻이다. 소금물에 채소를 절이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있는 음식전통이다. 피클, 사우어크라우트, 중국의 파오차이(paocai), 일본의 츠케모노는 모두 절인 채소의 대표적인 예이다.

김장김치는 18세기에 들어서면서 획기적인 전환을 맞이했다. 조선시대 학자 홍석모(1781-1857)는 그의 저서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서울사람들은 10월에 김치를 만드는데 무, 배추, 마늘, 천초, 고춧가루, 그리고 소금을 재료로 사용하며, 만든 김치는 항아리에 담아 저장한다’라고 기록하였다. 고추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건너온 것으로 16세기 말 경 한반도에 처음 들어 온 이래로 재배되기 시작하였다. 고추를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소금에 절인 채소에 매운 양념을 더한 새로운 김치가 등장하게 되었다. 새로운 절임 방식은 다양한 양념으로 채소의 맛과 향은 유지하는 반면 예전에 비해 소금은 덜 들어가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의 김치는 염장, 매운 맛, 발효의 다양한 과정을 거치면서 풍부하고 섬세한 감칠맛이 난다.

18세기 이래로 한국의 가정은 늦가을이면 다 함께 모여 고춧가루가 들어간 매운 김치(깍두기, 배추김치, 총각김치, 파김치 등)와 물김치(동치미), 백김치 그리고 장김치를 담가 항아리에 담고 땅에 묻어 저장하였다. 이러한 풍습을 김장이라고 한다. 김장은 엄청난 노동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이웃 사람들은 서로 돌아가며 김장하는 것을 도와주는데 이를 김장 품앗이(노동력 교환)라고 한다. 20세기 초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김장은 공동체보다는 개별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비율이 65퍼센트에 달했던 1992년에, 김치냉장고가 발명되면서 김치를 집안에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의 김장 전통에는 각 집마다 그들 나름의 김치 조리법이 있어 그 김치의 맛은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다. 김장하는 법은 할머니에서 어머니로 그리고 그 딸 혹은 며느리로 이어진다. 이는 가족이라는 사회단위 속에서 김장하는 풍습을 통해 채소를 발효시켜 저장하는 핵심 기술이 보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