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기후변화가 외곽도서에 미치는 영향

얍(Yap)은 북태평양에 위치한 미크로네시아연방에 속하는 4개 도서국가 중 하나로서 거의 1,000킬로미터에 달하는 넓은 해양에 흩어진 134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얍은 4개의 주요 화산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리상 가장 서쪽에 위치하며 해발고도가 낮아서 지진, 쓰나미, 태풍, 폭풍해일, 그리고 엘니뇨 남방진동(El Nino Southern Oscillation, ENSO)의 영향으로 인한 가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 조건을 지니고 있다.

추욱(Chuuk) 서쪽 도서지역을 거쳐 얍 동부에 이르는 지역은 중앙 캐롤라인 군도이다. 이 산호섬 지역 사람들은 ‘레이메타우(reimetau)’, 즉 바다사람들이라고 불린다. 아주 작고 낮은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외곽 도서지역은 주요 섬 지역보다 자연재해의 위험에 훨씬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 이곳 사람들은 섬 아래 얕은 웅덩이에서 솟아나오거나 빗물을 받아 저장한 웅덩이를 통해 신선한 물을 얻는다. 섬과 섬을 이동하는 데에는 매우 제한이 많다. 사람이 거주하는 19개 섬 중 지속적으로 9인승 소형비행기가 착륙할 수 있는 활주로를 가진 곳은 겨우 두 개 섬에 불과하며 다른 한 섬은 정기적으로 범람하기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다. 섬 대부분은 비정기적으로 운행하는 배로만 다닐 수 있다. 너무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최저 생계비, 전통 어로와 농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집이나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도 지역에서 나는 것만 사용할 수 있다. 식량생산에는 상당한 기술과 많은 자원이 필요하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는 식량 생산과 수급에 차질을 가져오기 때문에 섬사람들은 빵나무를 묻어서 발효시키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식량을 마련한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매우 고단하지만 자급적이며, 문화적으로는 풍부한 유산을 남겼다. 2010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얍 전체 인구는 1만 1,377명으로, 독특한 관습을 지니고 있는 3개 언어그룹[울리티안(Ulithian), 울레아이안(Woleaian), 사타왈레스(Satawalese)]으로 나뉘는데, 그 중 외곽도서 거주민들은 얍 전체 인구의 절반이 조금 안 된다. 외곽도서 주민들은 항상 주요 섬으로 이동해왔고 과거 수십 년 동안 이동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는데, 대부분 자발적인 이동이었다. 사람들은 좀 더 손쉽게 교육, 취업 그리고 의료 혜택을 얻고 싶어 한다. 필요한 경우 주요 섬에서 토지와 자원을 소유한 사람들이 일시적으로 머무는 외곽 도서민들을 도와주는 강력한 전통적인 유대관계가 있다. 외곽도서에 거주하는 공동체 대다수는 주요섬에 임시로 머물다 모두 자기 집으로 돌아가며 자신들의 생활터전인 산호섬 지역을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해 모든 상황이 변화하고 있다. 외곽도서 지역에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주요 식량 작물인 타로 재배지에 소금물이 스며들게 되었고 마실 물이 있는 웅덩이도 짠물로 바뀌고 있다. 섬사람들은 빵나무가 일반적인 성장 속도와 달리 너무 일찍 혹은 너무 늦게 열매가 열리거나 채 익기도 전에 땅에 떨어지는 바람에 놀라고 있다. 어부들은 물고기 산란시기가 변하고, 산호의 석회화로 인해 많은 해양생물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설상가상 회복할 틈도 주지 않고 불어 닥치는 태풍 및 해일과 같은 자연의 위협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2004년도에 상륙한 태풍 ‘수달’로 인해 외곽도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이 얍으로 이주해 눌러 살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2013년에 태풍 하이얀이 휩쓸고 지나갔을 때에도 반복되었다. 현재 주요 섬으로 이주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절실한 문제가 되었고 외곽 섬에 남은 사람들은 예전부터 내려오던 삶의 방식을 유지하는 데에 애를 먹고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새로운 이주 경향을 인식한 얍 정부는 얍의 주요 섬에 외곽도서 공동체를 위한 정착지를 매입했다. 이 지역은 처음 서너 가구 밖에 없던 곳에서 10년 만에 완전한 마을로 성장했다. 일부 지역 인구는 그들이 이주해 왔던 원래 섬에 남아 있는 인구보다 더 많다. 이 지역은 이전에는 이렇게 많은 인구를 감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세밀한 개발계획이 부족하다. 또 많은 환경·사회·경제 문제를 안고 있다. 공동체가 성장해감에 따라 지역에 있는 자원을 활용하는 데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자 최근 공동체가 주도하는 비영리기구 ‘와기(Waa’gey)’가 설립되어 얍 정부로부터 공인을 받았다. 와기의 임무는 사회·환경 문제에 직면한 얍 공동체를 지원하는 것이다. 또한 문제를 해결할 적절한 방안을 제시하고 공동체가 지속해서 참여하도록 촉진하기 위해, 환경, 교육 및 문화 분야에 걸쳐 관심사를 확인하고 기존의 시스템과 통합하는 것이 목적이다. 와기의 비전은 다가올 어려움에 맞설 수 있는 전통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와기는 선조들이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이 도서지역을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만들기 위해 섬 생활에 가장 알맞고 지속가능한 생활방식을 습득해왔다고 생각한다. 선조의 기술과 지식은 현대기술로 전환되었으며 현대에 적용한 전통기술은 단순하고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환경과도 조화를 잘 이루었다. 또한 이러한 기술과 지식은 지구를 보존하여 미래 세대가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고안된 진정한 보호 관리체계이다. 와기는 기후변화로 인해 사회구조와 전통관습이 변하면서 섬 주민들이 이주할 수밖에 없게 되자, 젊은 세대에게 중요한 기술을 전승할 윗세대를 참여시킴으로서 직조, 수공예품 생산을 포함해 전통관습, 통발과 같은 어구를 활용하여 물고기를 잡는 법과 같은 지속가능한 방식을 생생하게 유지하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2016년 와기는 항해용 카누를 제작하여, 전통 천문항법지식을 활용해 카누를 타고 2016 태평양예술페스티벌(Pacific Art Festival)에 참여하는 미션에 착수했다. 항해자들은 섬에서 나는 판다누스(pandanus)로 짠 돛을 사용하였다. 전 공동체 구성원들이 돛에 서명을 했는데 여기에는 섬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강조하는 굵직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항해의 목적은 광활한 태평양에 흩어진 작은 섬에 미치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다. 항해자들은 이 돛을 달고 축제에 이어 긴 항해를 시작했다. 하와이, 해양국제회의가 열리는 동안에는 뉴욕, 독일 함부르크에서는 G20정상회의 개최 장소 주변 그리고 최근에는 시드니 호주국립박물관에서 공개행사를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제작과 더불어 판다누스 돛을 단 배가 무사히 항해를 마치고 라모트렉(Lamotrek) 섬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

계획과 목적에 맞는 훈련 방안은 성별에 따라 달라지지만 이행과정에는 모두 함께 참여했다. 특히 여성들은 문화 가치와 토착 지식을 보호하고자 와기가 기울이는 노력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문화 보존에 있어서 여성의 전통적 역할은 남성의 역할보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여성은 지식의 보호자이며 이러한 면에서 남성보다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여성은 현재 기후변화와 이주로 인해 악화되고 있는 문화상실 현상에 있어서 남성보다 훨씬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외곽 도서지역에는 여성을 위한 오두막이 있었다. 이곳은 여성의 피난처이자, 휴식처이며 동시에 학습이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또 나이 든 여성이 개인적인 일을 하거나 가사 일을 하면서 젊은 세대에게 라바 라바스(lava lavas) 직조법과 수공예품 제작법을 가르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이 되어 주었다. 그러나 태풍 수달이 지나간 후 많은 여성의 오두막이 파괴되었으며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복구에 밀려 아직 재건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을 위한 공동체 공간이 몇 곳 있긴 하지만 다양한 세대가 함께 어울려 배울 수 있는 공간은 아직 얍 주요 섬의 정착지에 완전히 다 짓지 못했다. 와기는 공동체 공간을 잃은 여성에게 지식공유를 위한 장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여성은 숙련된 기술을 활용하여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일상생활용품과 수공예품을 제작할 수 있다.

일부 고지대 섬 사람들에게 기후변화의 영향은 내일의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레이메타우에게는 바로 코앞에 닥친 문제이며 실제로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고민이다. 기후패턴의 변화, 해수면 상승 그리고 가뭄은 심각한 현안이다. 우리 문화에서 많은 부분은 우리가 살아가는 토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땅이 가라앉으면 우리는 머지 않아-이미 시작했지만- 다른 곳으로 이주해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얍 공동체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고유한 문화를 잃고 결국에는 정체성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얍 공동체는 위대한 선조 항해사들로부터 목적지인 섬으로 향하는 항로를 결정함에 있어서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돌아보고 방향을 잘 잡아야만 한다는 것을 배웠다. “우리가 어느 별 아래에 있는지 알아야만 땅을 찾아 항해를 떠날 수 있을 것이다.” 이 은유적 표현은 레이메타우가 고지대를 찾아 항해를 시작할 때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레이메타우는 바다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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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과 남반구의 적도 태평양 사이의 기압 진동인 남방진동 현상과 이로 인해 나타나는 엘리뇨 현상을 흔히 붙여 엘리뇨 남방진동(ENSO)라고 부른다. 편집자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