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베개 끝을 장식한 20세기 초 테캇 구바 자수 디테일 © 아리프 디 탄중

금속 실을 이용한 말레이의 자수공예

역사적으로 말레이시아(말레이 반도)는 황금반도(Golden Chersonese)로 알려져 있었다. 과거에 말레이 인들은 강기슭이나 해안가를 따라 거주하였다. 일부 거주지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무역 중심지였다. 말레이 해상제국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해안에서 태국 남부, 말레이반도, 싱가포르, 보르네오, 수마트라, 리아우(Riau), 술라웨시(Sulawesi) 그리고 남부 필리핀에 이르는 거대한 왕국이었다.

말레이어 권 전역에 걸쳐 왕국의 통치자를 비롯해 부와 권력을 갖춘 자들을 위해 금으로 장식한 직물이 제작되었다. 금으로 만든 직물 외에 귀족이나 왕족이 대체로 많이 사용한 것은 말레이 자수품인 송켓(songket)이었다.

15세기에 믈라카 왕국(Melaka Sultanate)은 실내 장식과 가정용 직물제품, 예를 들면 커튼에 다는 술 장식, 베개의 마감처리, 쿠션, 기도용 매트에 붙은 장식 종류와 색상을 규제하는 사치금지법을 제정했다. 말레이 전역에서 연단(dais, 방 한쪽 끝에 올라 앉도록 만든 단), 베개받침, 방석커버의 개수를 계급에 따라 정했으며 지역마다 다양하게 적용했다.

자수 바느질 기법은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플랫(flat), 루프(loop) 그리고 매듭 바느질이다. 자수기법은 나라와 문화마다 다양하게 발전했으며 세대를 거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고 전승되었다. 다행히 많은 자수기법이 오늘날까지 전해진다. 수백 년 된 자수 장식 직물에는 전통 디자인과 의상에 대한 풍부한 정보가 담겨 있으며 이는 직물과 패션을 공부하는 학생, 연구자, 디자이너 그리고 자수공예가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일부 말레이 자수는 서로 다른 재료로 만들어 패션, 가정용 직물제품 제작에 응용하며, 주로 결혼식에서 많이 사용한다. 말레이 자수는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테캇 팀불(tekat timbul), 테캇 구바(tekat gubah), 테캇 페라다(tekat perada), 켈링칸(kelingkan), 그리고 케링캄(keringkam)이 있다.

페락(Perak) 주는 테캇 팀불의 주요 생산지로 명성이 높다. 테캇 팀불은 벨벳 위에 아름다운 금색 모티프의 부조 효과를 내기 위해 멤푸루르(mempulur)라고 하는 판지로 만든 본을 놓고 그 위에 금속 실로 자수를 놓는 것이다.

테캇 팀불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판지를 이용해 모티프의 기본 형태를 만든다. 금실은 판지 맨 위에 수를 놓을 때 사용하고 검은색이나 붉은색 실은 벨벳 위에 금실을 수놓을 판지 본을 고정시키는 데 사용한다. 과거에 이 지역, 특히 페락에서는 결혼식이 있기 1년 전부터 미리 테캇을 준비했다. 오늘날에도 테캇 팀불을 페락과 네게리 셈빌란(Negeri Sembilan)에서 생산하고 있다. 자수 공예로 유명한 페락의 금실 자수는 아랍과 투르크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테캇 구바 역시 유명하다. 테캇 구바는 금속 실을 이용해 카우칭 스티치 기법(굵은 실을 놓고 이를 다른 색 실로 듬성듬성 꿰매는 자수기법)으로 문양을 만드는데, 테캇 구바의 모티프는 이죽(ijuk)으로 만든 붉은색 혹은 검은색 끈을 이용하여 두드러지게 표현한다. 이죽은 색실로 감싼 식물 섬유이다. 테캇의 주요 문양 사이는 유리구슬과 스팽글로 장식한다.

말레이시아 동부 해안 지역의 켈란탄(Kelantan)과 테렝가누(Terangganu)에서는 결혼식에서 테캇 페라다를 자주 사용한다. 테캇 페라다는 금색을 입힌 종이를 장식문양 형태로 잘라 직물에 갖다 대고 금실로 외곽선을 둘러서 만든다. 종종 유리조각을 달기도 하는데, 이때 유리가 직물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십자 바느질을 한다. 이런 형식의 자수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에 유행했는데, 가장 인기 있는 테캇 모티프는 피어나는 꽃봉오리로, 주로 부유하거나 권력이 있는 자들을 위한 제품을 장식하는데 사용하였다.

고전적인 켈링칸과 케링캄 자수는 납작한 리본 같은 실을 재료로 사용한다. 하지만 케링칸 베일에서 볼 수 있듯이 바느질 기법은 다양하며, 정확한 계산을 필요로 하는 지루한 과정을 거친다. 켈링칸 숄은 셀랑고르(Selangor), 켈란탄, 네게리 셈빌란 그리고 테렝가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테캇 팀불, 테캇 구바, 테캇 페라다, 켈링칸, 케랑캄 자수공예품 콜렉션은 쿠알라룸푸르의 국립섬유박물관(http://www.jmm.gov.my/en/museum/national-textiles-museum)에서 소장하고 있다.

금실을 이용한 고전적이고 우아한 말레이 자수에서 나타나는 흥미로운 모양, 선 그리고 색깔은 디자인과 기량을 넘어서는 지성과 기예를 보여준다. 의미를 담고 있는 모티프와 문양은 반복적이고 대칭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현대의 제품에 전통 말레이 자수를 지속적으로 응용하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가 이 예술의 지식을 이해하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말레이의 자수공예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기 위해 젊은 세대를 교육하는 것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