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Asia and the Pacific

금과 비단: 아프간 무형문화유산과 공동체 보호를 위한 오랜 노력

2003년 이후 수십 년에 걸친 내전으로 분열된 아프가니스탄은 경제, 사회, 문화 분야 전반에서 붕괴 직전에 몰려 있었다. 이미 수없이 보도된 바 있다시피 바비얀(Bamiyan) 불상과 같은 국가 물질유산이 포격을 당한 것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많은 무형문화유산들이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직접적인 목표가 되거나 금지된 다양한 관습(예를 들면 루밥(rubab)이라는 목이 짧은 류트 제작과 같은 관습)은 물론 전반적인 국가경제의 약화, 원료 확보 네트워크의 붕괴 그리고 사회조직의 전반적 붕괴로 인해 아프가니스탄 문화유산은 위험에 처해 있다. 특히 목공예, 금속공예 또는 세밀화 기법 기예 보유자와 같은 장인들이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이들이 가진 기술과 기예는 3000년이 넘는 예술적 전통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것으로 국내 수많은 공동체의 특성을 규정하는 것들이었다.

사실 아프가니스탄 공예 관습은 사회의 여러 측면과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회조직의 일부분이다. 길드(공예조합)는 오랫동안 장인의 주요 생산체제였으며 자치조직으로서 기능했다(Kennedy 2011). 길드는 공예장인을 서로 연결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좋은 쪽으로 그들을 소개하며 모든 장인을 다른 사회기관이나 정부기관과도 연결해주었다(Jasiewicz 1991). 그 안에서 도제제도를 도입했고 도제들은 기술은 물론 자신들의 역할에 관한 의식도 함께 배울 수 있었다. 한 예로, 마자르-이 샤리프(Mazar-i Sharif)에서 만난 구리공예 길드는 하즈랏 알리(Hazrat Ali) 사원에서 쿠바(quba)를 청소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나우르즈(Nowruz) 축제에 필요한 사전준비를 위해 일 년에 한번 모임을 갖는다. 이런 식으로 공예조합은 관련 의식을 주도하고 모든 사람이 그 과정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공동체에서 자신들의 위치를 재확인한다.

중앙아시아에 있는 수많은 길드는 특정 수호신과도 관련되어 있다. 공예 작업을 위해 이들은 코란(Quran)의 성인인 카즈라티 알리(Khazrati Ali, 마지막으로 재료에 광택을 더해 주는 존재로 직물장인의 수호성인)이나 성경의 성인인 데이비드-다우드(David-Doud, 대장장이와 모든 금속공예의 수호성인)에게 바치는 특별한 의식을 올려야 한다. 이 의식은 조합 내에서 구전으로 전승해왔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 관련한 전설적인 이야기, 생산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암송하는 기도문 그리고 장인들이 해야 하는 적절한 행동에 대한 목록을 담고 있는 책자인 레살라(resala)에 기록되어 있기도 하다.

2006년 투르쿠와즈마운틴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무형문화유산 보호를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들이 직면한 문제는 바로 현실적으로 사라져가고 있는 관습과 공동체에 의존하고 있는 공예를 재생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현재 사라져가고 있는 누리스타니(Nuristani) 목조각 기술의 보유자인 우스타드 압둘 하디(Ustad Abdul Hadi)는 카불의 한 시장에서 신발을 만들어 팔고 있다. 그는 누리스탄(Nuristan)의 외지고 위험한 산악지대에 남아 있는 연행자 공동체뿐만 아니라 그 관습과도 단절되어 있다.

따라서 투르크와즈마운틴은 이러한 공동체와 공예에 대한 종합적이고 총체적이며 장기적인 계획을 통해 전체 생태계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체계를 다시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2003협약은 무형문화유산 관습 보호와 보존은 총체적 철학과 전략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만약 기록화와 목록작성 프로그램과 관련한 토론이 많이 이루어진다면(하프스타인 2009) 이는 지속가능한 보호 노력의 첫 단계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장기 전략은 공식‧비공식 교육에 대한 지원과 건전한 실행체계 설립에 상당부분 의존해야 할 것이다.

2006년, 유산을 보호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카불에 도착했을 때 투르쿠와즈마운틴은 장인들의 활동을 지원하여 이들을 보호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전통관습과 관련하여 다양한 지식전승체계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인식했다(Kennedy 2011). 이러한 접근방식을 바탕으로 많은 단체에 속한 공예가들을 직접 작업에 참여시키는 등 공동체의 참여를 통해 무라드 카니(Murad Khani)의 건축유산을 복원할 수 있었다.

처음 몇 해는 대규모의 도시재생작업을 하는데 주력했는데 여기에는 공동체 주민들 200여 명이 참여했다. 그리고 센지(senj, 건물이 지진을 견딜 수 있는 유연성과 저항력을 제공하는 나무 골조에 대각선으로 벽돌을 쌓는 기법)나 공들여 조각된 나무판 제작(전통스타일로 대부분은 티무리드 문양에서 영향을 받음)과 같은 다양한 지역 기술을 적용하여 전통 아프간 거주지를 복원하는 작업에는 수천 명 이상이 참여했다.

2007년 아프간 교육부 승인 하에 아프간예술건축연구소(Institute of Afgan Arts and Architecture)가 설립되었다(케네디 2011). 이 연구소는 목조각, 캘리그래프, 세밀화, 보석세공, 보석연마 그리고 도자기 분야에서 매년 학생 수백 여명을 교육해왔다. 연구소 위치를 많은 장인의 작업장과 시장이 인접해 있는 무라드 카니 안으로 정한 이유는 현대 직업프로그램의 혜택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전통교육이 지닌 기술적, 사회적 의미를 보존하기 위해서였다.

이와 같은 접근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술, 예술 지식 전승을 위한 맞춤형 교과과정 개발이 필요하다. 또한 교과과정을 통해 학생들에게 아프간과 국제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과 스승으로부터 학습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아프간 장인들과 세계적인 전문가들의 협력을 통해 교과과정을 지속적으로 개선,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아프간예술건축연구소는 공동체에서 중심지 역할을 한다. 종종 개최하는 기념행사에서는 길드 내에서 행해졌던 의식을 그대로 재현한다. 예를 들어 새로 들어온 도제가 스승에게 선물을 주면 스승은 답례로 제자에게 레살라를 준다. 이는 아프간 공예체계의 관습이다. 구르마니(gurmani)라고 불리는 이 의식은 ‘스승님 앞에 사탕을 놓는 것’이라는 의미로, 매년 무라드 카니에서 3월에 열린다. 예전에 장인들의 활동을 지원했던 전통적인 길드 시스템에 뿌리를 둔 구르마니 의식을 통해 미래 세대 연행자들은 장인에서 장인으로 넘어온 고유한 관습을 이어나갈 수 있다.

한편 무라드 카니에서 복원된 건축물은 나우르즈 축제와 같은 다른 공동체 활동의 중심지로서 카불의 역사적 환경 속에서 장인과 관련 당사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2006년 이후 투르쿠와즈마운틴은 무라드 카니에 있는 역사적 건축물 150여 개를 복원하고 재건축했으며 아프간예술건축연구소를 창설했다. 이후 남녀 5,000여 명이 목공예부터 캘리그래프, 센지 건축법 그리고 보석공예 같은 전통 기술을 학습했다. 현재 장인들은 백여 개의 작은 공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매년 전통기법을 활용한 고품질의 상품을 제작하여 아프가니스탄과 국제시장에 판매해 수백만 달러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최근 투르쿠와즈마운틴은 무라드 카니 중심지에 디자인센터를 열었다. 센터는 앞으로 아프간의 디자인 DNA 개발과 더불어 그들의 관습을 현대기술과 미적 환경 속에 통합하는 예술가들을 지원할 것이다.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 이 전통을 진정으로 보호할 수 있는 길은 바로 이 장소, 전통기술 그리고 경제적 수입의 시너지를 강화하는 것이다.